평범과 비범

언젠가 인터넷 짤을 통해 내가 ㅈ밥이라는 것을 인정하면 편하다라는 뉘앙스의 글을 본 적이 있다. 자기를 비하하라는 뜻이 아닌, 나는 그냥 ㅈ밥일 뿐이니 실패를 두려워할 필요도, 도전에 주저할 필요도, 실수에 전전긍긍할 필요도 없다는 그런 말이었다. 최근에는 팔로우하고 있는 직장인 툰(@sukedokey)에서 “나는 이 지구의 은하의 우주의 한 존재 티끌일뿐이지. 특별할 것도 하찮을 것도 없는 그저 한 존재… 근데 그런 나를 내가 너무 특별하게 생각해서 문제가 시작되었나봐. 내가 별거이고 싶은 게 문제인가봐.”라는 내용의 만화를 봤다. 그러다 생각했다. 어쩌면 내가 겪어 온 여러 고민들이 내가 특별하길 원해서 생겨났던 게 아닐까.

영화 ‘거북이는 의외로 빨리 헤엄친다’는 평범하다 못해 무엇이든 어중간한 주인공 스즈메의 이야기를 보여준다. 
해외 출장을 나가있는 스즈메의 남편은 매일 전화로 거북이의 안부를 물을 뿐 정작 스즈메에게는 궁금한 것이 없다. 스즈메는 이러다 거북이의 밥을 주는 것만이 전부인 삶을 살게 되는 것은 아닐까 하는 불안에 사로잡힌다. 스스로가 너무 평범해서 다른 사람의 눈에 보이지도 않는 것은 아닐까라고 느낄 때, 돌연 굴러 떨어지는 사과를 주워보겠다고 엎드린 계단에서 손톱보다도 작은 ‘스파이 모집’ 포스터를 발견한다.
스파이로 선정된 스즈메는 이제 평범함을 ‘연기’해야 하는 삶을 살게 된다. 평범한 것이 고민이었던 스즈메는 이제는 평범함을 비범한 능력으로 사용해야하는 존재가 된 것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스즈메는 ‘평범’해지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를 알게 된다. 주목받는 특별한 삶을 보내는 친구 쿠자쿠가 평범한 잠복을 해야하는 스파이에게는 적합하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며 특별한 것에 대한 동경을 멈추기도 한다. 그리고 최선을 다해 평범하기를 유지한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잘난 사람을 보며 그들처럼 특별해지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 사실 이미 내가 잘난 존재라고 생각해 그 무리에 끼어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래서 언제나 잘 해야 하고, 뛰어나야하고, 주목받아야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특별한 사람이고 싶어했다. 사실 나는 평범했음에도 말이다.
하지만 평범함을 ‘잘’ 유지하는 것은 생각만큼 쉽지 않다. 맛있는 라멘을 만드는 방법을 알아야지 애매한 라멘을 만들 수 있는 것처럼, 높고 낮음이 어떤 차이를 가지고 있는지를 알아야 그 중간에 머무를 수 있다.
그러니 스즈메처럼 특별하지 않은 나를 알고 그 특별하지 않ㄱ음을 파고 들면 내 고민을 잠재워줄 비범한 평범을 마주할 수 있지 않을까. 아무것도 없을 것 같은 일상에서도 여러모로 뒷모습이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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