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만의 리그

영화 야구소녀는 고등학교 야구부의 유일한 여자 선수 ‘주수인’이 고등학교 졸업을 앞두고 계속해서 야구 선수를 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과정을 그려낸다. 국민 스포츠인 ‘야구’를 소재로 하여 성별이 ‘여자’인 주인공이 차별을 극복하고 멋지게 성장하는 이야기처럼 그려졌고, 그 중심에 ‘이주영’이라는 배우를 내세워 화제성과 타깃을 분명히 한 영화인 듯 보였다. 나 또한 이주영의 티켓파워에 꽤나 일조하는 사람이었기에 또 그가 보여주는 야구선수가 궁금했기에 흔쾌히 극장을 찾았다. 하지만 기대했던 감동과 울림은 찾아볼 수 없었고 단지 성별만을 이유로 차별 받는 현실의 벽을 더 깊이 느끼고 무력감만 더해졌다. 그럴싸하게 희망적인 도전에 대한 이야기로 포장되었지만 어쩔 수 없이 판타지스럽게 느껴지기까지 한다. 

거의 대부분의 스포츠는 여자와 남자가 나뉘어져 진행된다. 프로팀이나 실업팀도 마찬가지고 국제경기 또한 그렇다. 성장기를 거치며 힘에서 오는 차이가 분명하고, 그것은 냉정한 승부의 세계에서 순위로, 승패로, 결과로 보여 지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성별을 떠나 개인의 실력으로 인정받는 모습을 보여주려고 한다. ‘네가 여자라서 그런 게 아니라, 그냥 프로가 되기에 네 실력이 부족한 거다’라고. 그러니 더 연습하라고. 여자 야구선수들이 설 수 있는 무대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 상황에서 남자 야구선수들의 기준에 부합하기를 바라며 그것을 차별이 아닌 ‘프로의 세계’라는 타이틀로 포장해 버리는 그들만의 세계는 놀랍도록 무책임하고 차별적이다.

결국 여자는 프로가 되지 못 한다는 절망감은 자신의 실력 때문이 아닌, 무대의 부재 탓인데 세상(어쩌면 그 세상의 중심인 그들)은 그렇게 말하지 않는다. 영화는 계속해서 노력한다. 주수인은 여자이기 때문에 프로가 되지 못 하는 게 아니라 성별을 떠나 프로가 될 실력이 부족한 거라고. 주수인의 프로 입단과정이 도전서사가 되는 이유는 한 가지 뿐이다. 스포츠 영화에서 으레 보여지는 조건인 부족한 가정형편도, 결점이 있는 실력도, 선천적인 장애도 아닌 단지 성별이다. 프로야구가 출범할 때부터 지워진 성별이라는 이유만으로 프로에 입단하는 것이 도전이 되어버린 것이다. 영화가 이 정도니 현실은 더 최악이다. 운동에만 전념하기에도 부족한 시간에 한국에서 여자가 야구 선수가 되려면 신경써야할 게 너무 많다. 그게 야구뿐이겠느냐마는, 여성은 평가 대상에 둘 가치도 없다는 양 남성 중심의 시스템을 만들어 놓고, 네가 안 되는 건 성별 때문이 아니라고 한다. 

영화를 보고 대부분의 평이 세상에 모든 주수인을 응원한다는 생각에 그치게 되는 건, 영화가 주는 편안함에 안착해 성차별을 겪는 모든 여성들에게 ‘네 한계를 성별로 결정하지마’라는 다소 폭력적인 시선을 부여한다. 이미 시스템이 여성들을 개인으로 볼 준비를 하지 않는데 거기에서 느끼는 무력감을 어떻게 개인이 능력만으로 해결할 수 있을까. 야구소녀가 스포츠영화도, 여성영화도 되지 못 하는 이유는 바로 이 지점에 있다. 스포츠에 대한 이해 부족과 더욱이 여자선수에 있어서 프로나 실업팀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 여성을 지워버린 스포츠인 ‘야구’라는 소재로 여성이 성별을 떠나 자신의 한계를 탈피하고자 노력하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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