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의 무한궤도

이환 감독의 두 번째 장편 ‘어른들은 몰라요’는 개봉 전부터 화제를 불러 모은 이른바 ‘문제작’이다. 이환 감독은 폭력과 욕설이 난무하는 일진영화 ‘박화영’으로 장편 데뷔를 했는데, 날것 그대로의 폭력 그리고 캐릭터를 중심으로 영화 좀 본다는 사람들 사이에서 꽤나 큰 주목을 받았다. 

박화영은 청불 일진영화에 불과하지만 그나마 박화영이라는 인물에게 다가갈 수 있는 틈을 주어 자극적인 매 순간을 견딜 수 있었다. 박화영을 연기한 김가희 배우가 영화제에서 수상을 한 바가 있는 것처럼 연기는 물론이고 박화영의 캐릭터 자체에 공감할 수 있는 무언가가 있었다. 이러한 이유로 보기 불편한 수준의 폭력적인 연출도 눈감아 줄 수 있었고, 두 번째 작품이 개봉한다는 소식에 관심을 보일 수 있었다. 하지만 문제작이라고 소문이 났던 그 작품은 그저 정말 ‘문제’가 있는 작품이었다.

이 영화의 문제는 도대체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건지 알 수가 없다는 것에서 시작된다. 영화는 세진의 낙태를 주요 골자로 하는데 감독이 낙태라는 제재를 통해 어떤 이야기를 전하고 싶은 것인지 알아챌 수가 없다. 그저 이야기는 폭력이 폭력을 낳는 방식으로만 흘러간다. 

세진은 학교 선생님의 아이를 갖게 되는데 임신 소식이 알려지자 역시나 화살은 청소년을 상대로 제대로 된 피임도 없이 성관계를 한 선생님이 아닌 세진에게 돌아간다. 그 누구도 세진을 도우려고 나서지 않는 상황에서 결국 세진은 낙태를 위한 여정을 떠나게 되고, 자신과 같은 가출청소년인 주영을 만난다. 

세진의 조력자 역할을 할 것만 같은 주영이 나타났으니 이제 세진은 원하는 낙태를 할 수 있을까. 병원에서는 ‘그런’ 수술을 하지 않는다며 거절하고, 거절과 거절의 끝에 만난 낙태브로커는 성폭행을 시도한다. 여기까지는 낙태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고 볼 수 있지만 이 이후의 전개에서는 낙태라는 제재는 지워진다. 어디까지 폭력적일 수 있고 관객에게 얼마만큼의 답답함을 안겨줄 수 있는지를 자랑하려는 듯 낙태를 단순한 소재로 사용하기 시작한다. 

심지어 사건이 전개될수록 세진을 돕겠다고 모인 남자 재필과 신지는 일이 자신의 뜻대로 진행되지 않는 것에 대한 분노를 애꿎은 세진과 주영에게 표출하기 시작한다. 세진과 주영 그 누구도 그들에게 강요하지 않았던 상황에서 본인의 입지가 낮춰지자 “너만 행복하면 다냐”라는 말을 던지며 폭력으로 대응한다. 이 과정에서 남성과 여성의 힘의 차이를 여실히 보여주며 갑의 위치에 있는 것만 같았던 여성을 한순간에 힘없는 최약체로 표현한다. 낙태라는 제재로 여성혐오적인 사법체계를 비판하려는 건가 했던 생각이 무안해질 정도로 굴절혐오를 통해 또 다른 여성혐오를 재생산하기 이르는 것이다.

기분이 나빠지는 폭력성으로 어디가서 빠지지 않을 박화영에서는 인물들의 감정이 느껴져 그 폭력을 받아들일 수 있었다면 어른들은 몰라요는 그들의 감정선 조차도 따라갈 수가 없다. 그저 자극적이고 또 자극적이고 폭력적이고 또 폭력적인 숏들은 정신적 스트레스만을 안겨준다. 도움이 필요한 청소년에게 손을 내어 주어야한다라는 메시지가 아닌 저런 상황에 놓이게 되면 저런 엔딩을 맞을 수밖에 없는 것일까 하는 무력감만 전달한다.

개연성 없는 폭력이 자극적인 연출로 불리기 위해서는 그 장면을 담아야만 했던 감독의 의도가 느껴져야만 한다. 감독이 어떤 말을 하고 싶은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무작정 노출되는 과한 폭력은 더 큰 문제만 야기할 뿐이다.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를 발행하지 않을 것입니다. 필수 항목은 *(으)로 표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