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자비한 여성 악역

퍼펙트 케어(I care a lot)의 주인공 말라는 케어 비즈니스 기업을 운영하는 CEO다. 말라의 사업은 겉으로는 스스로 삶을 영위하지 못하는 노인을 보호해주는 노인 복지를 표방하지만 실상은 후견인 제도의 허술함을 노려 노인들의 경제권을 빼앗는다. 말라는 파트너인 의사에게서 적당한 노인을 소개받고 그들을 뒷조사한 후 가짜 소견을 담은 진단서를 만들어 그들이 혼자 생활할 수 없다고 전한다. 진단서를 확인한 법원은 혼자 살 수 없는 노인을 보호하기 위해 사회 복지를 위해 헌신하는(것처럼 보이는) 말라를 후견인으로 지정한다. 말라는 노인을 요양원으로 안내하고 사회와의 접촉을 완전히 끊어버린 채 그들의 집과 재산을 갈취한다. 

여성들의 케이퍼 영화는 그리 많지 않다. 그래서 아마도 꽤 많은 여성들이 오션스8을 보며 가슴이 웅장해지지 않았을까 한다. 오션스8에서는 다양한 여성이 모여 화려한 범죄를 저지른다. 하지만 그들이 저지르는 범죄는 뭐랄까 순한맛이다. 그들의 행동에는 마땅한 이유가 필요하다. 그들의 모습이나 생각, 저지르는 범죄가 치가 떨리게 무섭다거나 폭력적이지도 않아야 한다. 그들에게 허락되는 것은 값비싼 물건을 훔쳐서 부자가 되거나 누군가를 골탕 먹이는 것 그뿐이다. 

이 영화는 이색 사기 수법을 공개한다는 점에서는 여타 다른 케이퍼 무비와 결을 같이 하지만 여성이자 주인공인 말라가 진짜 돈에 미쳐버린 범죄자로 나온다는 점에서 차별점이 있다. 말라의 범행 동기는 오로지 성공, 돈, 명예. 그 속에 사연이라고 불릴 만한 것은 전혀 등장하지 않는다.

말라는 우리가 보호해야한다고 배워온–특히 여성의 경우에는 이러한 도덕성이 더 강조된다-사회적 약자인 노인을 대상으로 범죄를 저지른다. 부도덕한 일을 저지르면서도 그들이 죽든 말든 신경 쓰지 않고 새로운 표적을 찾아 나선다. 말라에게 죄책감이란 없다. 말라는 그저 돈을 많이 벌고 싶을 뿐, 그저 권력을 얻고 싶을 뿐이다.

대부분의 범죄 영화 속 남성들을 이유가 없어도 사람을 죽이고, 누군가에게 상처를 줘왔다. 부도덕한 행동을 해도 대체 왜 그러는가에 대한 이유를 찾기보다는 그 행위가 주는 오락적 희열에 초점이 맞춰졌다. 반면 여성은 죽여지지만 않으면 다행이었다. 

퍼펙트 케어 속 여성은 여지껏 많은 남성 주인공의 범죄 영화가 남성 캐릭터를 설정했던 것과 같은 양상을 띤다. 자신의 가족을 두고 협박을 해도 눈 하나 꿈쩍하지 않고 수많은 남성들로부터 살해협박을 당해도 절대 움츠려들지 않는다. 오히려 그들에게 가장 탁월한 방식으로 복수의 참맛을 알려주는 말라의 행동들은 얄미울 정도로 똑똑해 매력적으로 보이기까지 한다.

여기에 커먼센스처럼 알려진 ‘여성은 감성적이야’라는 말을 비틀기라도 하는 듯, 이성적인 여성 악역에 비해 감성적으로 그려지는 남성 악역-동정심이 느껴져 악역 같지도 않아 보이는-의 만남까지, 남성이 가지고 있던 섹시한 악역에 대한 이미지를 여성의 것으로 온전히 가져온다. 

그렇게 말라는 유독 여성 캐릭터에게만 부여되던 잣대와 한계를 뭉개버리고 그 스펙트럼을 한층 넓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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