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쾌하게 표현될 수 있는 권력

여자들이 비웃지 않기만 바라야지. 
여자들도 우리를 평가할 거예요. 우릴 보고 이런 얘길 하겠죠. 너무 뚱뚱해, 늙었어, 쟤는 젖이 너무 쳐졌어, 여자 가슴 평가하듯이요.
그건 달라 우린 남자잖아.
그래서?

스트립쇼를 비롯한 성매수를 주제로 하는 영화를 일반화 해보자면 주로 여성이 주인공으로 등장하곤 한다. 그 중에서도 그들이 몸을 파는 일을 업으로 삼는 것을 유쾌하게, 아름답게 혹은 교훈적으로 그려내는 작품은 거의 없다. 당장 생각나는 것만 해도 이지A나 청춘시대 정도인데 그마저도 자기파괴적인 이야기다. 어떤 사정이 있었든 간에 여성이 몸을 파는 것은 무조건적으로 불결하고 더러운 일이다. 그 내막을 이해하려는 노력도 없기에 여성이 자신의 성을 상품화하는 일은 절대 반대의 방향으로 표현되지 않는다.(성매수를 옹호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창녀들은 나쁜 여자들인가요?’ 영화에 대해 글을 쓰기 앞서 포털에 ‘창녀’를 검색하고 처음 마주한 글이다. 그리고 그 글에는 남자들의 번식 본능을 해결해 주는 의미에서는 그리 나쁘다고 할 수도 없는 직업이라고 봐야할 듯하다는 답변과 부모님이 열심히 키워 주셨는데 쌩판 모르는 사람한테 몸을 파는 건 당연히 좋지 않다고 봅니다라는 답변이 달렸다.
국어사전에는 돈을 받고 몸을 파는 일을 직업으로 하는 여자라고 창녀를 정의한다. 성매수가 불법인 대한민국 사회에서 몸을 파는 행위는 범법 행위 즉 나쁜 일이기에 그 행위를 업으로 삼는 사람은 나쁜 여자라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이 타당한 이유를 가지고 있다면, 그렇다면 그들은 나쁜 여자에서 벗어날 수 있는 것일까.

풀몬티는 현대화로 제철소가 문을 닫게 되며 많은 근로자들이 해고당한 대공황의 영국을 배경으로 한다. 이혼남 가즈는 양육비를 벌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시간당 2.5파운드를 받는 일은 거들떠도 보지 않고 단숨에 돈을 벌 수 있는 일만 찾는다. 그렇게 일은 구하지 않고 아들을 데리고 고철 도둑질을 하던 중 여성 전용 클럽에서 남성 스트립쇼가 인기라는 것을 알게 된다. 수많은 여성들이 벗은 남성에 열광하는 모습을 마주한 가즈는 이거라면 떼돈을 벌 수 있다며 스트리퍼에 도전한다. 

풀몬티의 남성들은 제대로 된 경제활동은 하지 않고 쉬운 방법으로 돈을 벌고자 기꺼이 자신의 몸까지 팔게 되지만 영화는 그러한 일련의 모습을 비판하기는커녕 도리어 유쾌하고 아름답게, 교훈적으로 그리고 있다. 그들은 스트리퍼가 된 각자의 ‘타당한’ 이유도 가지고 있다. 가즈는 아들을 계속 보고 싶은 마음 즉 부성애 때문에, 데이브는 자신을 두고 스트립쇼를 보러 다니는 아내의 마음을 되찾기 위해(동시에 뚱뚱한 자신에 대한 자신감도 획득한다), 제랄드는 가정을 위한 경제활동의 일환으로 스트리퍼가 된다. 사실 이들의 사정이 눈에 띄게 특별한 것도 아니다.

영화는 그들이 스트립쇼에 도전하게 된 이유, 도전 과정, 성공적인 결말의 흐름으로 전개된다. 그 과정에는 멤버 중 하나가 도중에 포기하기도, 연습 과정이 경찰에게 발각되기도 하는 등의 위기도 존재한다. 동네 사람들에게 조롱을 받긴 하지만 그것으로 인해 생명의 위협을 느끼거나 밥줄이 끊기거나 스스로를 혐오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이러한 위기를 발판으로 삼아 공연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며 부성애와 자신감과 경제력을 되찾는다. 여타 다른 영화에서 성매수에 휘말린 여성들이 겪었던 일과는 다르게 그들에게 위기는 있어도 위협은 없었다.

스트립쇼를 보고 나와 남성처럼 소변을 보는 여성들을 본 가즈는 이렇게 말한다. 
“여자가 서서 소변을 보면 끝난 거야. 남자는 끝장난 거라고”
“남잔 곧 사라질 거야. 동물원에나 있겠지. 이용 가치가 없으니 공룡처럼 사라지는 거지.”
여성이 남성의 권력을 빼앗아 갈까봐 걱정하며 가정을 위해서라는 이유로 몸을 팔기 나선 이들을 보아하면, 남성 스트리퍼의 등장이 그 권력 관계가 전복되었음을 보여주는 것일까 하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선택의 여지조차 없이 착취의 굴레 속에 들어가게 된 여성들이 여전히 존재하는 한, 남성 스트리퍼의 등장은 권력의 전복이 될 수 없다. 여성이 성매수를 하게 되는 이야기에 감동받았다는 평가가 나오기 전까지는 여전히 남성의 권력은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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